술자리가 끝난 뒤, 기억이 끊기거나 장면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혼란입니다.
“내가 거절을 안 했던 건 아닐까”
“기억이 없는데 문제 삼아도 되나”
그래서 많은 피해자들이 조심스럽게 만취상태성추행이라는 단어를 검색합니다.
이 검색에는 분노보다 자책이, 확신보다 두려움이 먼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술에 취해 있었다는 사실은 피해를 부정하는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Q1.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거의 기억이 없어요.
이런 상황도 만취상태성추행에 해당하나요?
A. 네, 충분히 해당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완전히 정신을 잃은 건 아니었어요”
“중간중간 기억이 나긴 해요”
하지만 성범죄 판단에서 중요한 건 ‘완전한 의식 상실’ 여부가 아닙니다.
수사기관은 다음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 당시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상태였는지
▶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는지
▶ 상대가 그 상태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거나, 말이 어눌해졌거나, 상황 판단이 어려웠다면 만취상태성추행으로 판단될 여지가 충분합니다.
기억이 흐릿하다는 점은 피해자에게 불리한 요소가 아닙니다.
Q2.
상대는 “술 먹고 서로 그런 거였다”고 말해요.
제가 문제 삼으면 예민한 사람이 될까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그 주장은 매우 흔합니다.
만취상태성추행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 바로
“서로 취해 있었다”
“합의된 분위기였다”입니다.
하지만 법은 ‘분위기’가 아니라 ‘동의’를 봅니다.
동의는
→ 자유로운 판단 능력이 전제되어야 하고
→ 언제든 거부할 수 있어야 하며
→ 상대도 그 상태를 존중해야 합니다.
만취로 인해 판단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그 관계는 동의로 보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 지점을 피해자가 혼자 설명하려 하면 자꾸 스스로를 깎아내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만취상태성추행은 “술 마셔서 생긴 해프닝”으로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몸이 굳었고,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고, 끝나고 나서 불안과 공포만 남았다면 이미 선은 넘어갔을 수 있습니다.
기억이 완벽하지 않아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피해의 기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상황을 스스로 합리화하며 넘길지, 정리해야 할 사건으로 볼지는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